본문 바로가기
적당히 공부하기/인문학

[철학] 철학이란 무엇인가?

by som-mong 2022. 6. 23.
반응형

철학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인간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과 더불어 흔하게 접하지만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철학에 관심이 있든 없든, 깊이 생각해보든 잠깐 스치듯 생각해보든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떠올려 볼 질문이지 않을까. 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던 그때의 나의 대답은 ‘잘 모르겠다.’였다. 졸업 후 다른 일을 하는 지금까지도 이 짧은 문장에 대한 나의 답은 여전히 같다. 영문과 전공자가 ‘영어 잘하지 못해요.’ 하듯 나 또한 철학 전공 졸업장을 버젓이 앞에 두고 ‘철학 잘 몰라요.’ 하게 되는 이유가 그것이다. 철학은 ‘어렵고 따분하며 명확한 답도 없는 쓸데없는 말만 늘어놓는 답답한 학문 아니냐.’는 누군가의 말에 이렇다 할 반박도 하지 못한 채 속만 끓이는 것이다. 나도 한때는 그러한 생각에 동조한 적이 있다. 전공 서적을 이리저리 쌓아놓고 한숨만 푹푹 쉬며 다 부질없다고 생각했었다.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야 첫 수업 시간에 어떤 교수님이 했던 ‘철학은 만학의 왕이다.’라는 말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철학(Philosophy)은 고대 그리스어 필로소피아(Philosophia)에서 유래한다. 사랑(Philos)과 지혜(Sophia)의 합성어로 지혜를 사랑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지혜란 지식이 아닌 인간과 그것을 둘러싼 세계를 바라보는 세계관, 인생관 가치관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런 일반적인 의미로서의 철학은 어느 문화권에나 오래전부터 존재하여 왔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학문 그 자체를 논하는 단어였고 전통상으로는 세계와 인간과 사물과 현상의 가치와 궁극적인 뜻을 향한 본질적이고 총체적인 천착을 뜻했다. 동양의 서구화 이후 철학은 대체로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시작하는 서양철학 일반을 지칭하기도 하나 철학 자체는 동서로 분리되지 않는다. 이에 더하여 현대 철학은 철학에 기초한 사고인 전제나 문제 명확화, 명제 간 관계 명료화를 이용해 제 주제를 논하는 언어철학이나 논리학 등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철학은 우리가 당연시 여겼던 전제들에 대하여 비판적 질문을 던짐으로써 개인의 삶에 대한 근본적 반성을 추구한다. 마찬가지로 개별 학문에서 전제하고 있는 기본 개념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각 학문의 근본적 반성을 추구한다. 철학이 만학의 왕 또는 근본학으로 불리는 이유가 이것이다.

 

철학의 분야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는 정확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 일반적으로 철학의 주요 네 분야로 논리학과 형이상학, 인식론, 그리고 윤리학을 꼽는다. 그 밖에도 언어, 마음, 과학, 사회, 역사, 문화 등의 철학적 토대를 탐구하는 언어철학, 심리철학, 과학철학, 사회철학, 역사철학, 문화철학 등의 분야가 있다. 시대에 따라서는 고대철학, 중세철학, 근대철학, 현대철학으로 구분되고, 지역에 따라 동양철학과 서양철학 등으로 구분되며, 학파에 따라 유교 철학, 불교철학, 도교 철학, 경험주의 철학, 이성주의 철학, 분석철학, 현상학 등으로 구분된다.

 

철학의 각 분야에서 제기되는 철학적 문제들은 장구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그 해답이 무엇인지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 문제들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어떠한 탐구 방법을 통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철학이 근본적으로 가지는 한계일지도 모른다. 철학이 일상생활 및 학문에 있어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모든 전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성해보는 작업이라면, 철학은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의 정체성 또한 반성의 대상으로 삼을 것이기 때문이다. 철학은 명확한 답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종종 비난받는다.

 

그런데도 철학이라는 학문의 필요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철학은 실용적이지 못하고 쓸데없는 것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우리 생활에서 두 가지 기능을 하고 있다. 사유의 기능과 분석비판의 기능이다. 그러나 철학은 명확한 답을 구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철학은 어려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철학이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사유하고 근본적 반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도출된 답에 만족할 수 없고 분석하고 비판하기 때문에 완전성 또한 얻을 수 없다.

 

그러나 비록 철학적 문제들에 대해 합의된 답이 존재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문제들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하는 사유를 전개하는 데 있어서 가장 탁월한 수준의 독창성과 통찰력, 그리고 엄밀성과 설득력을 보여준 철학적 문헌들이 존재한다. 이들이 바로 철학의 고전들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이다. 철학의 고전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가 그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철학적 문제들에 대해 역사상 가장 뛰어난 철학적 사유의 전개 과정을 담고 있다. 철학사 연구를 통해 철학의 고전들에 담긴 이러한 사유의 전개 과정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과거의 철학적 이론에 대한 역사적 이해를 넘어 오늘날의 철학적 논의에 기여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작업이다.

 

여전히 철학이란 어렵고 모호하게 여겨지지만 그런데도 철학의 필요성을 느끼는 이유는 분명하다. 철학적 사고를 통해 깊이 있는 사유를 할 수 있으며, 생각하는 힘을 보다 깊게 길러내는 작용을 한다. 또한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고 유연한 사고로 새로운 전망을 가능하게 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고는 공동체 삶 속에서 우리 안에 숨겨진 선한 모습을 발견하게 하고 서로 연대하고 실천하며 당면한 삶의 문제를 해결을 가능하게 한다. 사유의 힘이란 결국 내면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반응형

'적당히 공부하기 > 인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철학] 불교의 자연관  (0) 2022.06.25
[철학] 형이상학-악의 문제  (0) 2022.06.24
[철학] 형이상학  (0) 2022.06.24
[철학] 애덤 스미스  (0) 2022.06.24
[철학] 윤리학-정의란 무엇인가  (0) 2022.06.2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