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는 자연의 시간적인 순서와 도덕적인 질서를 연계시킨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순서가 인의예지의 순서와 일치한다고 한다. 봄은 인, 여름은 의, 가을은 예, 겨울은 지의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인의예지의 구조는 측은지심, 수오지심, 공경지심, 시비지심의 구조로 되어있다. 그리고 그것은 『주역』의 원형이정의 구조와 연결된다고 한다.
이러한 유비는 한대 이래로 중국적 세계관의 전형이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서로 일대일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다. 주희는 인의예지, 원형이정, 춘하추동의 일대일 유비가 어렵다고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인의예지의 인, 원형이정의 원, 춘하추동의 춘의 의미만을 살리고자 하였다. 인간과 자연에 걸쳐 상생하는 마음이 곧 사람이고 봄이라는 것이다. 주희는 이상과 같은 자연의 질서와 인간의 질서가 맞물려 돌아가는데, 이것이 깨어지는 이유는 자연의 질서에 우연적인 현상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음양과 오행이 상호 작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그것이 어쩌다 우연적인 현상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사람의 경우는 음양오행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도덕적인 질서를 따르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찾는 경우에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주희는 특히 왕이나 지배층의 도덕적인 반성을 촉구한다.
주희는 권농문을 지어 민생을 진작시켰다. 주희가 쓴 권농문의 주요한 내용은 밭 갈기, 거름주기, 모내기, 제초, 돌려짓기, 관개, 비단과 삼의 재배 등이다. 주희는 공적으로 농업생산에 관심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농업에 이해가 깊었다. 주희는 쌀 이외에도 소맥, 뽕나무, 삼, 모시의 재배도 강조했다. 쌀 이외의 작물 재배를 통해 춘궁기를 넘기고, 농촌의 이익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주희는 지방관으로서 기우제를 드렸다. 주희는 직접 기우제에 참가하지 않고 대신 관리를 파견하여 기우제를 드리게 했다. 비가 오지 않는 것은 덕이 부족한 자신의 책임이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것은 백성들이니, 자신에게 허물을 돌리고 비를 오게 해달라고 하는 기원이다. 그리고 토지신에게 이것을 하늘에 계신 담당자에게 알려 달라고 했다.
비를 오게 하는 신을 인정한다고 해서, 그것이 그의 종교적 성행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지방관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주희는 귀신을 음양의 작용으로 이해한다. 그렇다고 해서 귀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제사의 의미를 인정하고, 제사를 지내게 되면 서로 감응하는 것이 있음을 인정한다. 그는 관계를 유지해주는 것은 제사라고 보았다. 제사가 가족과 사회적 관계를 유지해주는 형식에 주목한 것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제사라는 절차에 주목한 것은 아니다. 그 절차의 보증자로서 신을 언급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신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것도 아니다. 여기에 그의 합리적인 정신이 드러나 있다.
비가 오지 않는 현상은 주희로서도 어쩔 수 없는 것이었으나 지방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당사자로서 기우제를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여기서 주희는 기우제가 농민을 위로하는 성격도 이해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기우제를 국가 제사의 하나로 편재함으로써 국가적인 통제로 편입시킨다.
주자학의 자연관은 기본적으로 자연에 순응하는 사고이다. 다른 한편으로 주희는 자연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려는 사고를 갖는다. 지방관으로서 농업생산을 증강하기 위해서는 순응하면서도 이용하려는 사고가 있어야 한다. 아울러 주희는 자연재해를 인정하고 그것을 도덕적으로 해결하려는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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