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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공부하기/인문학

[철학] 형이상학-자유의지와 결정론

by som-mong 2022.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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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행위를 할 때 실은 자유롭지 못하다는 거창한 주장에 따르면, 부자유의 근원은 두 가지일 수 있다. 이 각각의 근원은 이런 주장이 신학적 배경을 가졌는지 아니면 과학적 배경을 가졌는지에 달려있다. 신학에서 우리의 자유를 부정하는 주장에 따르면, 신은 전지전능하기 때문에, 우리가 자유를 누릴 여지는 없다. 만일 신이 내가 뭔가 끔찍한 일을 저지르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나는 그것을 하게 될 것이고, 나는 아무런 선택도 할 수 없다. 또는 그렇게 보인다.
  그에 비해 과학의 입장에서 볼 때, 우리의 행위는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고 신의 의지와는 별개로 설명될 수 있어야만 한다. 우리의 행위는 타고난 유전자와 환경의 합으로, 간주할 수 있다. 만일 우리가 타고난 유전자와 환경으로 인해 불가피하며 계산할 수 있는 산물이고,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우리의 행위에 책임을 질 수 있는가? 
  이에 대해 보다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우선 과학적 설명의 개념에서 얘기를 해보자. 과학적 설명의 전형으로 가장 많이 논의 되는 것은, 소위 연역-법칙적 방법으로 ‘D-N’ 방법이라고 한다. 이에 따르면 하나의 사건이나 현상의 설명은 일반 법칙과 관련된 다른 사실로부터 문제의 사건을 연역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예로써 얼음물이 들어있는 잔의 바깥에 물이 어리는 현상을 얘기해보자.

     (1) 공기 중의 수증기는 충분히 식었을 때 응결된다.
     (2) 잔속의 얼음물은 잔의 표면 온도와 잔 주변의 공기 온도를 충분히 낮추었다.

  (1)은 법칙이고, (2)는 특정한 ‘초기 초건’이다. (1)과 (2)가 더불어서 얼음물이 담긴 잔의 바깥에 물방울이 맺혔다는 사실 (3)을 함의한다.

     (1) 법칙
     (2) 일으키는 원인, 즉 초기 조건
     (3) 경과, 즉 설명될 사실

  다음과 간은 방법의 틀을 인간의 행위에 적용해 가상의 도시를 설정하고 평균 연간수입과 살인사건의 건수를 통해 연역할 결과, 수입이 올라가면 사무 종사자의 범죄도 증가한다는 사실을 도출했다. 살인과 사무 종사자의 범죄는 우리가 상상한 도시가 가진 경제력의 함수이다. 이런 종류의 관계를 보면서, 우리는 수증기 응결의 경우보다 이 경우에 더 많은 자유나 선택이 존재하는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온도 차이가 응축을 일으킨 것처럼, 수입의 변화가 범죄 행위를 가져왔다고 보인다. 그리고 만일 인간의 범죄 행위가 법칙의 초기 조건에 의해서 결정된다면, 인간의 그 행위가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가 얼음물이 담긴 잔보다 더 자유롭다고 하기 어려울 것 같다.
  앞 생각의 보다 공식적으로 진술하여 ‘주 논증’이라고 하겠다. 앞에서 제시된 이야기에는 주 논증에서 필요한 중요한 중간 단계를 담고 있다. 이런 단계들을 확인하는 가운데 자유에 대한 여러 견해와 우리의 모든 행위가 결정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결정론’이 주 논증에서 전개되는 여러 단계 가운데 일부를 부정하면서 산출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각각의 단계는 설명, 법칙, 원인, 행위, 자유 사이의 관계에 관한 특정한 주장을 담고 있다. 논증의 결론에 해단되는 최종적인 견해는 ‘강경한 결정론’이라고 한다. 이는 어떠한 인간의 행위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결국 주 논증은 강경한 결정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논증이기에, 강경한 결정론은 주 논증의 모든 단계를 긍정하고 모든 단계를 부정하지 않는다. 

                 (1) 모든 인간의 행위는 사건이다.
                 (2) 모든 사건은 설명을 갖는다. [충분 이유의 원리]
그러므로   (3) 모든 인간 행위는 설명을 갖는다. [(1)과 (2)에 의해]
그러나      (4) 모든 설명은 원인을 포함한다. [D-N 방법에 따라]
그래서      (5) 모든 사건은 원인을 갖는다. [(2)와 (4)에 의한다. 이를 보편 인과관계의 기본 주장, 

                       때로 결정론이라고 한다. 비결정론은 이를 부정한다]

그래서      (6) 모든 인간의 행위는 원인을 갖는다. [(1)과 (5)에 의해서]

그러나      (7) 만일 인간의 행위가 원인을 갖는다면, 인간의 행위는 자유롭지 않다. [양립불가능성 기본 주장]
그러므로    (8) 어떠한 인간의 행위도 자유롭지 않다. [(6)과 (7)에 의한다. 강경한 결정론으로서 자유론에 의해 부정된다.
  그런데 이것은 놀랄만한 도덕적 결론에 이른다. 만일 행위자의 행위가 자유롭지 않다면, 우리가 행위의 핵임을 행위자에 귀속시킬 수 없다. 만일 우리가 모두 보편법칙과 초기 조건에 기록된 역할을 할 뿐이라면, 우리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질 필요가 없다.
  양립 가능 주의자인 온건한 결정론자는 양립불가능성의 기본 주장을 부정하고자 한다. 그들의 목적은 자유와 결정론을 조화시키는 일이다. 이들에 따르면, 어떤 행위가 결정되었다는 것이 그 행위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양립 가능 주의자에 따르면 우리가 어떤 사건에 의해서 ‘영향받는’ 두 가지 방식 사이에는 차이가 있으며 한편으로는 단순한 인과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살인을 저지른 사람의 배후에서 그 사람에게 살인하도록 한 경우 그는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살인자가 다른 원인, 즉 가난과 절망이 원인이 되어 살인을 저질렀다고 하면 그는 어떤 영향을 받았지만 자유롭다. 그 일이 다른 사람의 욕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로 그 사람의 욕구에 의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양립 가능 주의자가 내세우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구분이 또 하나 있는데, 앞의 주된 논증의 명제 (7)은 바로 이 구분을 놓치고 있다. 기술하는 사건이 다르다면, 법칙도 마찬가지로 다르다. 다시 말해 법칙은 무엇인가 벌어지라고 규정하지 않으며 단지 벌어진 일을 기술할 뿐이다. 법칙은 기술에 맞추어서 변경될 수 있는 가변성을 갖는다. 강경한 결정론자는 기술과 규정을 혼동했으며, 두 가지 법칙이 벌어진 일의 실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양립 불가능 주의의 기본 주장을 부정하면서, 상관관계와 원인이 사건을 강제로 일어나도록 만든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상관관계나 원인이 존재한다고 허용하는 분석을 살펴보자.

S는 a를 자유롭게 한다.
 ⤓
S는 a를 하고 S는 a 하기를 원한다.

  자유를 이렇게 분석하는 일은 S가 a를 하는데 원인이 있다고 말하는 것과 완벽하게 정합된다. 만일 이것이 올바르다면 양립 불가능 주의 기본 주장, 즉 만일 S가 자유롭게 행위를 한다면, S가 인과관계와 무관하다는 주장은 그르다. 하지만 이는 충분한 강한 분석이 아니다. 무엇을 원하는 동시에 강요받은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이라고 말해야 할까?
  전형적인 양립 가능 주의자 분석은 다음과 같다. 

S는 a를 자유롭게 한다.
 ⤓
S는 a를 하고, S는 a 하기를 원하고, S는 자신이 원했다면 달리 할 수도 있었다.

  우리는 결정론에 양립 가능 주의를 덧보탤 수 있다. 그렇게 해서 귀결되는 견해를 온건한 결정론이라고 한다. 이에 따르면 모든 인간의 행동은 원인에 의해서 벌어지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런 사실이 인간의 완벽한 자유를 방해하지는 않는다. 말하자면, 양립 가능 주의는 결정론의 난점에서 벗어나 있는 온건한 결정론이다. 
  우리가 자유의지와 결정론의 문제에 관해서 끝으로 살펴봐야 할 견해가 하나 더 있다. 이 견해에 따르면, 일부의 인간 행위는 자유로운데, 행위의 자유는 그 행위가 원인 없는 의지에서 비롯되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이런 견해를 자유주의라고 하는데, 이 주장에 따르는 사람들은 명백한 이유를 알 수는 없으나 정치적 자유보다는 형이상학적 자유에 관심을 갖는다.
  자유주의자는 ‘S가 a를 자유롭게 한다’가 때로 옳다는 것을 인정한다. 자유주의는 강경한 결정론을 부정한다. 그러나 그들은 양립불가능성 기본 주장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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