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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공부하기/인문학

[철학] 형이상학-사람의 동일성

by som-mong 2022.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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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때, 우리는 지적인 삶을 영위하지도 않았으며 고도로 분화된 인성도 갖지 못한 작은 유기체였을 뿐이다. 어린 시절에는 확연한 성격과 흥미를 가진 약간 자람 사람이었다. 다 자랐을 때, 우리는 자신의 위치를 갖게 되고 때로 자기 부모에 의해 완전히 다른 종에 속한다고 취급될 만큼 사람이 달라지기도 한다. 중년이 되면, 하얗게 세기 시작하는 머리카락, 불어난 몸무게, 변화된 심리상태를 가진 성격을 가진 사람이 되어있다. 노년에 우리는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이 되며, 어린 시절의 기억을 중년의 기억보다 또렷하게 간직하고 있다. 이런 차이점들을 고려할 때, 그 사람의 진정한 특성이라고 간주할만한 인성의 특성과 물리적 특성 집단이 단일하게 존재하지 않는다. 생의 여러 다른 단계에서 똑같이 유지되며 현존하는 특성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이 극단적으로 잘못된 형식으로 제기할 수도 있다.

(1) (세 살배기) X는 그 키가 3피트이고, 금발이며, 서섹스의 포레스트 로우에 있는 브로드스톤에 살고 있다.
(2) (47세의) Y는 그 키가 6피트이고, 은발이며, 아이다호의 파커텔로에 있는 벨리 비스타 로드에 살고 있다.
(3) X는 Y가 아니다.
(4) X는 조나단 웨스트팔이다.
(5) Y는 조나단 웨스트팔이다.
(6) 조나단 웨스트팔은 조나단 웨스트팔이 아니다.

동일성이라고 하는 것이 있건 없건, 모순이기 때문에 (6)은 틀림없이 그르다. 그러나 (4)와 (5)는 (1)과 (2)와 마찬가지로 옳은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라이프니츠의 규칙(만일 x와 y가 동일하다면, x에게 성립되는 것은 무엇이든 y에 성립된다)도 명백히 옳다.
논증에 사용된 명제의 내용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명제 (1) 과 (2) 에서 진술된 과거 시제와 현재 시제를 사용하면서 생기는 시간과 진리성의 혼동에 문제가 있다. 우리는 우리의 논증이 시제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거기서 다루고 있는 시간을 바로잡아야 한다.
여기서 문제 되고 있는 것을 보다 일반적으로 표현해서 ‘변화를 관류한 사람의 동일성 난제’라고 한다. 이 문제가 일으키는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답이 가능하다. 시간의 경과에도 분구하고 사람에게 동일성을 부여하는 것은 바로 영혼이다.

X는 Y와 똑같은 사람이다.

X는 Y와 똑같은 영혼을 갖고 있다.

그러나 경찰서에서 신원확인을 받기 위해 내 앞에 서 있는 X와 강도가 들었던 날 은행에서 뛰어나왔던 사람 Y는 똑같은 영혼을 가졌다고 말하기 어렵다. 또한 X의 영혼이 만일 시간을 두고 변화한다면 시간을 관류한 인간 동일성 문제에 한 가지 요소로 고려되어야만 하는데, 이는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준다. 다시 말해서 X의 영혼은 문제의 일부를 이루는 여러 특성 가운데 하나일 뿐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특성이 아니다.
똑같음을 이렇게 정의하면 다음과 같은 반대사례가 성립한다.
Z1은 Z2와 똑같은 자동차이다.

Z1은 Z2와 똑같은 영혼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는 영혼을 갖지 않는다. 그래서 Z1은 Z2와 똑같은 영혼을 갖고 있지 않다. 문제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기준이 필요하다. 실제적인 문제의 경우에, Z1과 Z2의 차이가 무엇이든 이들이 똑같은 차대 번호를 갖고 있다면, 이들은 똑같은 자동차로 취급된다. 차대번호는 자동차의 동일성에 관한 본질적 정보를 전달한다. 그리고 이는 사람의 경우에도 비슷하게 성립될 것이라는 생각을 낳는다.

X는 Y와 똑같은 사람이다.

X의 DNA는 Y의 DNA와 똑같다.

하지만 DNA 명제가 훌륭한 동일성 시험을 제공하겠지만, 동일성 분석을 제공하는 데는 적절하지 않다. DNA 시험이 언제 X와 Y가 동일하다는 것을 알려 주겠지만, 그 동일성이 무엇이며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말해줄 수는 없다. 나아가 DNA는 돌연변이에 의해 자체 변화를 겪을 수 있다. 그럴 경우 돌연변이를 겪기 이전의 사람 X는 돌연변이를 겪은 이후의 사람 Y와 같다고 말하기 힘들 것이다.
로크는 ‘신체는 변하지만 영혼만이 어떤 인간을, 적어도 당사자에게는 똑같은 그 인간으로 유지되도록 해준다’는 것을 보이고자 했다. 로크는 신체는 인간을 이루지만 사람은 의식으로 이루어진다고 결론짓는다.
기억기준에 대한 스코틀랜드의 철학자였던 리드의 유명한 반박이 있다. 용감한 대위로 군 복무를 한 장군이 학교에 다니던 소년 시절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보자. 그런데 대위였던 시절에는 이를 기억했다. 그 장군은 학교 다니던 시절 회초리를 맞았던 사람과 똑같은 사람이다. 그러나 지금 장군의 의식은 회초리를 맞던 시절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그러므로 로크의 신조에 따르면, 장군은 회초리 맞던 사람과 똑같은 사람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 장군은 학교 시절에 회초리를 맞았던 그와 똑같은 사람이며 동시에 똑같은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기억기준에는 문제가 있다.
‘테시우스의 배’는 대상 동일성 문제를 잘 드러내는 경우인데, 이를 통해 우리는 사람의 동일성 개념에 관한 깜짝 놀랄만한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첫 번째 대체의 난제
테시우스는 나무로 만든 배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를 테시우스의 배라고 한다. 그는 이 배를 좋은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늘 수리하곤 했다. 수리는 상태가 안 좋은 갑판과 갑판 보를 대체하여 이루어졌다. 몇 년이 지나자 테시우스는 배의 모든 부분을 새것으로 바꾸었다. 이렇게 되자 수리를 마친 배가 수리를 시작하기 이전의 배와 똑같은 배인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원래의 배에 해양보험을 들었다고 가정하고, 또 새로운 갑판과 새로운 갑판 보 등으로 만들어진 ‘새’ 배가 불탔다고 해 보자. 이 경우 원래의 약관에 의해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만일 단순하게 긍정적인 답이 나온다면 다른 가능성을 살펴보자.

두 번째 대체의 난제
테시우스는 대체된 갑판보와 갑판 등을 불쏘시개로 쓰기 위해 창고에 두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는 자신이 배 고치는데 과도하게 열중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래서 대체되어 떼어낸 목재들을 잘 닦아내고 보존 기름으로 처리한 다음에 다시 옛날의 배를 건조했다. 창고에 있는 배와 바다에서 불타버린 배 가운데 어떤 배가 원래 들었던 보험 혜택을 받는가?
내용을 도해하면 다음과 같다.
t₁ S1을 인수
t₂ S1을 처음으로 수리
t₃ S1의 원래 널빤지는 하나도 남지 않음
t₄ S1의 재건조
t₅ S₆의 출항
t₆ S10의 침몰
t₁ t₂ t₃ t₄ t₅ t₆
S₁→ S₂→ S₇ → S₈ → S₉ → S10

S₃⤏ S₄⤏ S₅ ⤏ S₆ ⤏S11

우리는 사람의 경우와 테시우스의 배의 경우가 왜 이렇게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드는지 물어야 할 것 같다. 이런 경우에 두 종류의 동일성 원리가 상충하면서 또한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답할 수 있다. 첫 번째 종류의 원리는 연속성 원리이다. 만일 X가 Y와 동일하다면 연속성 원리에 따라 X와 Y 사이에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 종류의 원리는 유사성 원리이다. 만일 X가 Y와 동일하다면, X와 Y 사이에 주된 유사성이 있어야만 한다.
테시우스의 배 경우에, 연속성의 원리에 따르면 S10이 S1과 동일하다고 해야 할 것 간다. 하지만 유사성의 원리에 따르면 S9가 S1과 동일하다고 해야 한다. 어떤 배가 S1이냐는 물음에 동일성의 두 원리가 반대 방행에서 서로 다른 답을 내놓으면서 경합하지만 결국 두 가지 다른 답을 모두 인정해야만 동일성 문제에 대한 답이 이루어진다.

X는 Y와 똑같은 사람이다.

X와 Y사이에 육체적이고 심리적인 연속성이 존재하며, X와 Y는 충분히 유사하다.

이런 분석은 몇 가지 역할을 할 수 있다.

1. 이는 연속성 기준을 고수하는 셈인데, 이 기준은 동일성에 관한 상식적 요건이다.
2. 이 분석은 동일성이 유지되기 위해 허용되는 변화를 제한한다. 동일성의 존재 여부에 대해 실체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적인 육체의 연속성과 유사성, 그리고 경험적인 심리적 연속성과 유사성에 의존한다. 이 분석은 원격수송을 즉각 거부한다.
3. 이 분석은 신체 기준도 정신기준도 지지하지 않는다. 이 분석이 지지하는 것은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상관없이 변화를 거쳤지만 똑같은 점의 총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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