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신이 내려주신 커다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올바른 성관계를 통한 임신만을 기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 우리 사회에서는 사회적 문란을 일으키는 일들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임신이 많다. 원치 않는 임신은 여성과 태어날 아이에게 결코 행복한 일이 아니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어린 여학생이 신부님에게 상담을 청하러 왔다. 신부님은 어떻게든 아이를 낳으면 자기가 키워주겠다며, 지우지 말 것을 권했다. 그러자 그 여학생은 눈물을 흘리며 신부님께 말했다. '신부님은 제 배 속의 아이를 정말 사랑하시는군요.'. 신부가 당연한 일이라 대답하자 다시 여자아이가 신부에게 물었다. '그럼 신부님, 신부님께서는 저는 사랑하시지 않나요?'라고. 여학생의 질문에 신부님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못했다. 원하지 않은 임신을 했을 경우 낙태를 하지 않고, 그 아이를 낳을 경우, 출산 후 그들 앞에 펼쳐질 인생은 과연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런 불가피한 일로 인해, 여성들이 고통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낙태 제도가 있어야 한다. 현재 국가에서는 낙태를 좋지 못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지만, 여성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한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간에 임신한 경우,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모자보건법에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기타 여성이 원치 않는 임신인 경우에도 생명의 소중함을 무조건 앞세워 낙태를 불허하는 것은 산모를 배제한 채 태아만을 생각하는 편중된 사고라고 생각한다. 특히, 한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들어가는 돈이 어마어마함을 고려한다면 낙태의 문제를 윤리에만 국한해 해결할 사항이 아니라고 본다.
임신 중절 논쟁의 중심에는 태아가 사람이냐 아니냐의 논쟁이 바탕에 깔려 있다. 반대론자들은 헌법 제10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는 명문 조항의 인간의 권리를 태아에 적용해서 우리가 그들을 함부로 해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태아가 과연 사람으로서의 인격을 가진 존재인가? 그러면 그들은 태아는 도덕적인 존재가 될 능력을 잠재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도덕적 존재는 아닐지라도 그와 동등하게 취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태아가 잠재적인 인간이기에 임신중절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정자와 난자 역시 성공적인 수정을 통하여 인간 존재를 만들어내기에 수정된 난세포와 동일한 잠재성을 가지고 있는데도 피임은 허용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가능성이라는 의미에서의 광의의 잠재성 개념은 임신 중절의 도덕적인 논의에서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임신 중절은 임산부 자신의 선택에의 권리이다. 반대론자들이 헌법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태아에게 적용했다면 나는 그 권리를 여성에게 적용할 수 있다. 나의 몸은 내가 누구보다도 먼저 통치한다는 점에서 한 여성 자기 신체에 발생하게 되는 일에 대해서 갖는 자기 자신의 통치권리가 태아의 그 어떤 권리보다 우선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항상 태아는 생물적 의미에서만 인간일 뿐 합리성 등을 갖춘 도덕적 의미의 인간으로 볼 수 없는 경우는 태아는 사람의 자격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에 "나"의 권리를 갖고 있지 않으나 임산부는 "나"의 선택 권리를 갖기에 이 권리는 태아에 대한 어떠한 배려보다 우위에 서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임신 여성이 태아를 낙태하기로 선택한 것은 그녀의 신성불가침 도덕적 권리를 행사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반대론자들의 근거 중 하나는 산모의 건강 문제이다. 낙태는 의학적인 과정이다. 낙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산모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상의 문제라고 하지만 이것은 의학이 발달하기 전에나 말할 수 있을 법한 얘기이다. 대부분의 낙태 금지법이 제정되었을 때, 낙태는 여성에게 위험한 일이었다. 특히 소독법이 발전되기 이전의 낙태는 굉장히 위험한 일이었다. 소독 기술이 발달하고 의학이 나날이 발전함에 따라 여성을 낙태의 위험에서 구출하기 위한 금지법의 필요성은 사라지고 말았다. 물론 건강과 의학적 수준을 유지하려는 주 정부의 의도는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낙태를 반대하는 것은 사회적 이기주의이다. 성폭행과 성을 통한 여성 통제 등 여러 가지 이유에서 원하지 않은 임신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여성에게 항상 있는 한, 낙태를 할 수 없게 한다는 것은 여성에게 가하는 일종의 억압이며 생물학적 조건을 절대화하여 여성을 사회적으로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임신중절을 둘러싼 사회적 맥락들이 복합적인 만큼, 임신중절에 대한 기획도 복합적이었으면 하는 욕심이 든다. 어쩔 수 없는 낙태는 죄악이 아니며 피임은 완전한 선이다. 태아의 생명권 및 아동의 권리나 여성의 건강을 고려할 때, 피임과 성교육을 확실히 하고 사회적인 양육 시스템을 점차로 확립, 확장해나가면서 임신중절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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