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에 주어진 것과 내성적 확실성>
경험주의 전통은 경험의 영역에서 확실성의 영역을 찾아 지식의 체계를 토대론적으로 재구성하고자 한다.
현재 자신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는 능력을 내성이라고 할 때, 이들 토대론자들은 내성적 믿음을 기초적 믿음이라고 간주한다고 할 수 있다. 이들 내성적 믿음은 는 기초적 믿음에 대한 기본적 정의를 만족하기 때문에 기초적 믿음이 될 수 있다.
감각에 주어진 것에 대한 믿음을 기초적 믿음으로 간주하는 토대론은 지식의 체계를 확실성의 기반 위에 재구성하려 한다는 점에서 앞선 토대론과 일치한다. 이들은, 내성적 믿음들은 지각적 믿음이 갖고 있지 못한 확실성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내가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려 하지 않는 한, 내성을 통한 나의 감각 경험에 대한 믿음은 틀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합론자들이 흔히 제기하는 비판은 믿음이 감각적 경험에 의하여 정당하게 되려면, 왜 그러한 경험이 주어졌을 때 그 믿음을 참이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감각 경험에 대한 믿음은 내성에 의하여 주어지는데, 이런 내성에 의한 믿음이 정당하게 되기 위해서는 인식 주관이 내성이라고 하는 인식능력이 믿을 만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온건한 토대론>
경험에 주어진 것에 대한 믿음을 기초적 믿음으로 간주하는 토대론은 결국 경험적 믿음의 인식 정당성에 관한 회의론이 될 것임이 틀림없다. 이러한 토대론에 있어서는 모든 경험적 믿음들의 정당성은 궁극적으로 우리의 감각 경험에 대한 믿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후자의 믿음들은 매우 희소하여, 우리가 일상적으로 정당하다고 간주하는 외적인 사태에 대한 믿음들이 이들에 의하여 정당하게 되기는 어렵다. 감각 경험이 감각 경험 자체에 대한 믿음의 매개 없이 외적인 사태에 대한 지각적 믿음을 직접 정당하게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 토대론에서는 감각 경험에 대한 믿음이 지식 체계의 구조에 있어 더 이상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 그 대신에 외적인 사실에 대한 지각적 믿음이 감각 경험에 의하여 직접 정당하게 되며, 이들 믿음이 기초적 믿음이 되어 인식 체계의 근간을 이루게 된다. 이러한 토대론을 흔히 온건한 토대론이라고 불린다.
<이론의존성>
감각경험에 대한 믿음을 기초적 믿음으로 간주하는 토대론과 외적인 사태에 대한 지각적 믿음을 기초적 믿음으로 간주하는 토대론은 모두 기초적 믿음이 경험에 주어진 것(감각 경험)에 의하여 정당하게 된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 경험에 주어진 것에 의하여 정당하게 되는 경험적 믿음이 내성적 믿음인가 아니면 지각적 믿음인가에 대하여만 의견을 달리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으로는, 경험에 주어진 것에 관한 믿음은 경험에 주어진 것에 의하여 직접적으로 정당하게 되지 않고, 경험에 주어진 것에 대한 파악 또는 이해를 매개로 하여 정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파악 또는 이해는 서술적 내용을 갖는 심리 상태로 믿음과 다를 바가 없다. 이 심리 상태는 인지적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이 심리 상태가 정당한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합당하다. 따라서 경험에 주어진 것에 대한 믿음이 이러한 이해에 의하여 정당하게 된다고 한다면, 이 이해가 우선 정당해야 한다. 결국, 경험에 주어진 것에 대한 믿음은 다른 믿음에 그 정당성을 의존하므로, 기초적 믿음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이 따른다.
감각경험은 일정한 방식으로 파악 또는 해석된 상황에서만 일정한 믿음을 정당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경험에 주어진 것이 멋대로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경험에 주어진 것이 우리가 어떠한 배경지식을 갖고 있는가에 따라서 달리 해석될 수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위 비판은 경험적 믿음의 정당성은 경험에 주어진 것에 대한 해석의 정당성에 의존하며, 이 해석의 정당성은 배경적 믿음들의 정당성에 의존한다는 결과를 낳게 되어, 인식 정당성에 대한 정합론으로 이끌리게 된다.
만약 경험이 이론 의존적이라면, 이는 경험적 지식에 대한 토대론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 된다. 감각 경험이 우리의 인식 체계에 유입되는 과정에 우리의 배경지식이 필연적으로 개입하게 된다면, 순수하게 감각 경험과의 관련 하에서만 정당성을 획득하는 믿음이란 있을 수 없을 것이며, 따라서 경험적 지식에 대한 토대론은 성립할 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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